축구를 보다 보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갑자기 선수가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혼자 헤딩하거나, 아무도 막지 못한 채 골대 앞에 서 있는 걸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. "어? 왜 저렇게 비었지?"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, 이미 세트피스 전술의 핵심을 마주한 겁니다. 세트피스는 단순히 '킥을 잘 차는 선수'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, 그 안에 숨어 있는 블로킹, 공간 창출, 타이밍 조절이라는 과학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.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궁금증과 관전 포인트 중심으로, 세트피스 전술을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.
블로킹: 골 넣는 선수가 아니라 도와주는 선수가 있다
어느 날,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던 중 이상한 장면을 발견했습니다.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가 먼저 상대 선수에게 몸을 부딪히더니, 그 뒤를 따라 들어오던 다른 선수가 완전히 자유롭게 헤딩을 하는 겁니다. 처음엔 반칙 아닌가 싶었지만, 이게 바로 블로킹이었습니다. 블로킹은 농구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이지만, 축구에서도 점점 보편화되고 있습니다. 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됩니다: - 골을 넣을 선수를 위한 스크린을 설정해 마크맨의 시야를 차단하거나 몸을 가로막음 - 두세 명이 뭉쳐 있다가 갑자기 퍼지면서 수비 조직을 흐트러뜨림 - 빠른 움직임보다 먼저 움직이며 공간 선점을 유도 이걸 알고 보면, 다음 경기에서 코너킥 상황에서 누가 움직이는지, 누가 '가만히 있는 척하다가' 방향을 바꾸는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. 그리고 골 넣은 선수보다 그 길을 만들어준 선수에게 박수를 치게 되죠.
공간 창출: '빈 공간'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
경기를 보다 보면 갑자기 박스 안에 아무도 없는 공간이 생기고, 거기로 정확히 패스나 헤딩이 이어지는 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. 특히 손흥민 선수의 프리킥 상황이나 EPL 코너킥 리플레이에서 이런 장면이 많죠.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. 공간 창출은 미리 계획된 움직임과 타이밍 조절로 만들어집니다. 예를 들어, - 두 선수가 같은 방향으로 뛰는 척하다가 한 명이 갑자기 멈추면, 상대 수비는 순간적으로 갈팡질팡 - 반대편에서 들어오던 선수가 무주공산이 된 공간을 가로지르며 들어옴 - ‘헛움직임’으로 수비를 끌고 가는 역할을 맡은 선수가 존재함 이걸 관전할 때 포인트는, 공이 향하는 쪽만 보지 말고, 그 반대편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가입니다. 세트피스에서 진짜 전술은 공을 차는 시점보다 그 직전 몇 초 동안의 움직임에 담겨 있습니다.
타이밍 조절: 빠른 것보다 정확한 순간이 중요하다
많은 사람들이 세트피스에서 '누가 빨리 뛰느냐'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, 실제로는 '언제 뛰느냐'가 훨씬 중요합니다. 실제로 프로 경기에서는 0.5초 빠르거나 늦으면 상대 수비의 품에 안기게 되기 때문입니다. 관전 중 이런 점에 주목해 보세요: - 코너킥 상황에서 킥이 차이기 전에 먼저 뛰는 선수 vs 킥이 발에 맞는 순간 움직이는 선수 - 세 명이 동시에 움직이다가 한 명만 딜레이를 두고 달리면, 대부분 그 선수가 프리 상태가 됨 - 킥커와의 눈빛 교환, 손 제스처 등을 통해 호흡 맞춘 루틴 여부를 체크 특히 브라이튼이나 브렌트포드 같은 팀은 세트피스에서 명확한 타이밍 루틴이 있어서, 경기 몇 개만 보면 반복되는 패턴을 캐치할 수 있습니다. 팬 입장에서 이걸 눈치채는 순간, 경기 관전이 훨씬 재미있어지죠.
세트피스는 단순한 킥 한 번이 아닙니다. 블로킹으로 길을 만들고, 미리 계산된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하며, 완벽한 타이밍으로 상대의 조직을 뚫는 종합 전술 패키지입니다. 경기를 볼 때 '누가 골을 넣었는가'가 아니라 '그 골이 왜 가능했는가'를 생각하면, 축구는 더 이상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, 읽는 스포츠가 됩니다. 다음번 코너킥 상황이 오면, 골문보다 선수들의 발과 눈을 먼저 주목해 보세요.